마그나 매지카 - 현대 판타지를 다시 한번 생각한다.

마그나 매지카(Magna Magika)에 대한 제 개인적인 기획 의도를 정리했습니다.


마그나 매지카가 표방하고 있는 한국형 판타지 세계관은 한국적이고, 한국식 아이템이 나오고, 한국 사람이 나오는 세계관을 뜻하지 않습니다. 한국형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동서양과 중동, 그리고 유라시아를 싸잡는 가상적인 세계관을, 한국적인 해석을 가미해 즐기는 세계관이라는 뜻입니다.

연출 과정에서 한국적인 표현을 쓰는 것은 세계관의 겉껍질입니다. 실질적으로는 이 세계관이 전달하려는 한국인들의 사고방식, 그리고 그들의 가치관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마그나 매지카가 의도하는 궁극적인 형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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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의상 반말 고.

 (하긴 이글루가 다 그렇지 뭐)

 

 매우 애석하게도 반박할 가치조차 안 보이려고 하는 상황.

 일전에 본인이 순전히 개인의견으로 "자칭 한국형"을 3가지 부류로 나눠봤는데.

 마그나 매지카는 첫번째 유형 - 껍데기는 서양 - 을 지향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도 정말 크나큰 어폐가 지배하고 있다.

 겉모습이 서양인 것은 숱하게 쏟아져나왔고, 그 누구도 여기에다 "한국형"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을 인정해준 역사가 없다.

 그저 검과 마법이 나오는 서양 판타지의 영향을 받은 또 하나의 판타지 아류작으로 쳐줄 뿐이다.

 (아류작은 넘친다. 귀하라면 수능에 시달리던 고교생이 차원이동한다는 판타지를 한국적이라고 주장하는가? 아니면 게임판타지를 한국적이라고 주장하겠는가? 본인은 그런 미친 놈은 본 적 없다.)

 흔히 나오는 선언 - 이러한 선언은 결코 드문 것이 아니다 - "타 세계관의 영향을 벗어나"부터 삐걱거린다. 인정을 못 받는단 말이다.

 게다가 설정에 신경 안 쓰고 한국적인 가치관을 담으려면, 논리적으로 당연하겠지만 그건 설정에 달린 게 아니다!

 스토리가 "한국적인 색채"를 갖고 뛰어나게 좋아야 하는데, 이게 범인의 능력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대체 어떤 스토리를 내세워야 서양 판타지 속에서 한국을 느낀다는 것인지 파악불가. 무엇보다도 겉모습은 서양판타지지만 인간들 사고방식은 "10대 한국 고등학생"인 소설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에서 저걸 "한국적"이라고 느껴줄 인간이 몇 명이나 되겠음?

 
 간단히 말해 마그나 매지카는 포인트가 어긋났다.





 그 어긋난 포인트에도 불구하고 간신히 입을 맞춰서 예를 들어볼까?(입이 삐뚤어졌다?!)

 우선 껍데기와 알맹이의 따로놀기.....는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어느 판타지 소설에나 다 있다.

 가령 우린 파란색 옷을 입은 기사, 라고 하면 멋지다고 느끼겠지만 12~13세기(기사도의 전성기)에 파란색 옷을 입은 기사는 20명 중 3명에 불과했고 웬만한 전설이나 기사도 문학엔 "녹색 기사"나 "빨간 기사"는 자주 나와도 "파란 기사" 절대 안 나온다. 고대부터 파란색은 주목 받지 못한 색이었고 - 하늘과 물 조차도 파란색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 장례식(!) 때나 입는 것이 파란옷이었다. 파란색이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12세기쯤(이때도 겸손함의 의미 정도에 불과했다)부터고 보다 명확한 '상징'을 부여 받은 것은 14~15세기 이후다. 이때부터 파란 옷을 입은 기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재생산된 기사도 문학엔 "파란 기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가 언제 그런 것 신경 쓰며 판타지 읽었나? 파란색 옷 입은 기사가 나오면 파란색이 현대인에게 주는 이미지를 그에게 적용시키며 판타지에 열광할 뿐이다. 우린 현대 판타지가 현대인의 감성에 맞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지각하고 있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판타지의 껍데기를 보고 알맹이를 읽는다. 현대적으로 만들어진 중세에서 현대인의 가치관이라는 것을 보고 있단 말이다.

 이런 사례는 또 있다. 11세기 영국을 무대로 한 추리소설 캐드펠 시리즈의 주인공인 수사 캐드펠은 말한다. 성지에서 "성도보다 더 성도다운 이교도도 보았다."고. 이게 현대적 가치관으로 쓰여진 소설이 아니면 나올 말이라고 생각되는가? 내용물은 [이미 현대]다. 


 [실질적으로는 이 세계관이 전달하려는 한국인들의 사고방식, 그리고 그들의 가치관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이미 터무니 없이 많은 현대판타지가 하고 있는 짓을 뭐가 새롭다고 새것, 구 서양 판타지 세계관 몰아내기, 한국적이란 말로 포장한단 말인가?
 


 납득을 못하겠으면 또 다른 사례를 들어볼까? 유명한 만화 [엠마]의 영국은 작가만의 영국이란 말까지 있다. 우린 그걸 보고 그냥 평범한 영국이라고 느끼겠지만 실제로는, 또는 서양 문학에서는 꽤 이질적이다. 작가가 메이드광이고 이것저것 수집한다는 것은 알지만, 그 작품의 고증이 완벽한 것이라고 생각하긴 어렵다. 그렇긴 커녕 그 시대를 정확히 투영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우린 거기서 작가가 투영하는 '일본'이나 '일본적 소재' 혹은 재생산된 '현대적 소재 - 흔해빠진 신데렐라?'에 주목하지 않는다. 알맹이야 어떻든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로 본다. 애초에 작가나 독자나 "일본적으로 만들었습니다"라고 주장한 것도 아니다만.

 스크랩드 프린세스는? 한국 설화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낚시로 유명해졌는데, 사실 이건 겉모습은 판타지지만 일본에선 아예 오래 전부터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한 "버림 받은 귀한 혈통" 이야기의 재생산 판이다. 하지만 독자 중 대체 얼마나 이걸 신경 쓰고 본단 말인가. 일본적으로 해석한 판타지입니다? 알맹이야 어떻든 독자에겐 그냥 판타지지!

 마그나 매지카가 한국적 속성을 지향한다고 하지만, 껍데기가 실제 서양이나 기존 판타지와는 약간 다를 뿐이니 이미 현대인의 감성에 맞게 재생산된 판타지에 익숙한 독자들에겐 "조금 바꿔친 표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단지 서양식, 마법 같은 겉모습만이 아니다. 설정들 또한 한국적인 가치관으로 해석하기엔 심각하게 무리가 많다.

만약 조선시대의 객주나 여각, 복식부기(서양이 최초라지만 그 이전부터 이슬람, 중국, 조선에도 있었다),  회계 시스템을 알고 있는 사람이 서양을 배경으로는 해도 상업적인 내용을 다루며 뭔가 공감가는 주제와 기가 막힌 스토리를 끌어간다면 거기서 우린 한국적인 소재와 감성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서양보단 아예 세계관을 새로 창조하는게 낫겠다.

하지만 서양 판타지의 영향이 200% 이상 짙게 묻어나오는 마그나 매지카에선 그 어떤 공감도 끌어낼 수 없다.

시약, 연금술 - 그거 먹는 건가효? 플레이어로서는 매우 애석한 일이지만 울티마 온라인은 한국에선 인기 별로 없다.

공화국 - 조선시대 이전 사람들에게 이걸 가르쳐준다면 가능한 답변 : 그거 어느 동네 계모임인가효? 현대 한국인들에겐? 독재? 민주? 조지 오웰의 1984와 동물농장도 해낸 소재다. 한국적이라고 주장할 건덕지가 없다.

상업국가 - 천민자본주의 비판이라도 써보시게? 어느 주제나 다 그렇지만 포인트 잘못 잡으면 한국적이고 나발이고 간에 그냥 평범한 "천민자본주의 비판" 되는데.

종교국가 - 이거 대체 어떻게 한국인에게서 공감 끌어내야 하나? 현대 개신교 비판? 그건 그냥 어느 소설이나 웬만한 판타지에서도 시도하겠다. 한국적인 소설에서 한국적인 공감을 끌어내야만 하는 소재가 아니다.

과학자사냥 - 마녀사냥에서 따왔다는데....린치라는 개념이야 동서고금 막론하고 널리 있었다만, 예나 지금이나 한국에서 마녀사냥을 제정신이라고 볼 사람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작가집단이 서양 특유의 마녀사냥문화(?)에 대해서 깊은 생각 없이 모티브를 따온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부터 든다. 게다가 마녀사냥과 과학자사냥이 비슷하다는 느낌도 안 든다. 차라리 신교도 등을 재판하기 위한 종교재판소가 더 가까운 존재일 것 같다. 갈릴레이의 사례처럼. 

과학기술의 발달 - 난 1700년대에 기중기가 등장했다는 이야긴 들어본 적 없다. 그건 중세부터 유럽에서 사용되었다. 그리고, 그 기중기에서 한국인이 뭘 느낀단 말인가? 정약용 선생의 위대함? 화성의 뛰어난 건축술?(이것도 화약시대에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지었다고 비판 좀 받는다만)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이 : 57
직업 : 연금술사
랭크 : A클래스
설명 : 최고의 연금술사. 전격계 상위마법중 선더스톰, 기가스선더,
체인라이트닝을 모두 구현하는 "쥬피터의 분노"를 만든 연금술사.

현재 전세계에서 최고의 연금술사이며, 대륙마법학회의 특별회원이자,
세계순수및응용마학연맹의 특별회원이다. 그가 만든 시약은
란돌프제조(Made by Randolf)라는 말이 따라붙으며, 같은 시약이라도 값이 3배
이상 뛴다. 쥬피터의 분노를 개발함으로서 천문학적인 부를 쌓은 그는, 여느
연금술사와 마찬가지로 환상의 시약인 "파라다이스"를 개발하려고 하지 않고,
좀 더 실용적인 시약을 개발하고 있다.

...............

에서는 뭐 한국적인 것은 (어렵게 꼽아보자면) "2MB의 쾌활한 보험민영화" 외엔 쥐뿔도 느낄 게 없다고 밖에 말 못하겠다.

(랭크는 수능등급제냐?)




결론: 어설픈 서양 판타지로 한국적인 것을 주장하지 마라. 이미 독자들에겐 현대적-한국적 알맹이를 담은 서양 판타지가 넘치는데, 멀쩡한 서양식을 가져와서 한국식 판타지라고 주장하면 욕만 먹는다.

결론2: 다른 서양식과 별반 차이도 없는 설정 갖고 와서 - 앞에서도 말했지만 무엇보다도 한국적인 가치관을 담으려면 그건 설정이 아니라 스토리에 달려 있다! 마그나 매지카는 포인트가 어긋났다. - "작가 여러분 앞으로 이것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해주세요!" 하면 그들은 아마 "조카 - 언어순화 중"라는 답변을 내뱉어준 다음(패러디가 아니라면야 자신들과 별로 차이 없는 설정을 뭐가 새롭다고 써줘야 하나? 내 설정이 있는데?) 스스로 약간 다른 서양판타지 설정을 만들어낼 것이다. 마그나 매지카와 마찬가지로 검과 마법이 있고 거기다 자신들의 색깔을 약간 첨가한 설정을.

by 토이박스 | 2008/04/08 17:55 | 잡담 | 트랙백(1) | 핑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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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kbg0823.egloos.com/1593796토이박스님이 적어주신 마그나 매지카 세계관에 대한 피드백 아이디어 초기에 적어두었던 가장 핵심적인(?) 부분에서 많은 피드백이 들어오고 있네요. 바로 '한국형'이라는 표현인데요, 이 부분을 포함해서 몇몇가지 부분에 대한 정리를 해 봅니다.본 포스트의 의견은 아래와 같이 나누어집니다.한국형이라는 표현이 가지는 의미판타지 세계관을 택한 이유새로운 판타지 세계관을 ......more

Linked at The Cynical Feli.. at 2008/04/09 03:30

... %9C요한님이 정리 해 주신 세계관의 구현 방안에 대한 피드백 현재 많은 분들의 피드백을 통해서 세계관 제작 작업을 좀 더 명확하고 탄탄하게 진행하려 하고 있습니다. 토이박스님의 피드백과, index님의 피드백을 통해 좀 더 가다듬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확실히 지금 현재로는 "이건 도대체 정체성이 어디에 있느냐?" 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 more

Commented by 하오 at 2008/04/08 19:45
험험;;

그 세계관 제작자 집단중 한명입니다.

뭐 이런 식으로 생각하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실듯 싶네요. 아무래도 '한국형'이라는 단어의 뜻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듯 합니다.

뭐 그런쪽으로는 기획자측에서 해결할 문제이고 지금 제시된 난제들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전세계에서 나라 3개 밑그림만 보시고 너무 심하세요 ㅠㅠ" 이정도입니다.

지금 완성율이라면 1%못미치는 세계관입니다.

싹부터 자르려고 들지만 마시기를... 그리고 이정도로 열정적으로 피드백해주시는데 혹시 참여하실 생각은?
Commented by 이즈데드 at 2008/04/09 00:57
토이박스님이 정리해주신 '엠마'와의 비유가 정말 적절한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직접적으로 관여한 부분이자, 가장 어필하고 싶었던 부분은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마법관'인데, 이 부분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어필이 될지 정리하기도 전에 너무 많은 부분이 진행되어버린 감도 있네요.
초기에는 작은 국가 규모에서 출발해서, 점점 큰 사이즈로 정리하고 싶었던 제 생각과는 다르게 급하게 규모를 키우다보니 생긴 문제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일반인들에게도 매력적으로 접근 할 수 있는 동양적 가치관에는 어떤게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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